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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vs차범근 시대를 대표하는 두 축구영웅
기사입력 2011-05-17 오후 1:44:00 | 최종수정 2011-05-18 오후 1:44:12

박지성과 차범근, 한국 축구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없는 두 영웅이다. 아직 한국축구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가 높지 않은 시절에 당당히 국내를 넘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은 '월드 클래스'선수라는 점과, 한국축구의 세계화를 앞당긴 역사적인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차범근이 70~80년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라면, 박지성은 21세기를 누비고 있는 현재진행형 스타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각기 다른 시대와 포지션에서 활약했던 두 스타의 영향력과 업적을 비교하는 것이 단골 화젯거리다.

'갈색폭격기' 차범근은 아직 세계무대에서 한국이 크게 알려지기도 전에 축구로 시대의 중심에 선 원조 한류스타다. 지금도 유럽무대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분데스리가지만, 차범근의 활약하던 시절은 지금의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나 프리메라리가(스페인)와 맞먹는 세계최고의 리그였다.

그러한 꿈의 무대에 1978년  다름슈타트 소속으로 첫 데뷔전을 치른 차범근은 이후 프랑크푸르트와 바이에른 레버쿠젠 등 독일의 명문구단을 거치며 11년간 당대 최고의 외인 공격수로 명성을 떨쳤다.

박지성은 일본 J2-리그 교토 퍼플상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이래, 시드니올림픽과 한일월드컵 국가대표를 거치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월드컵 직후인 2003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 입성하며 유럽에 진출한 박지성은 2005년 7월 '꿈의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호에 이름을 올렸다.

갈색 폭격기 차범근 vs 산소엔진 박지성

포지션과 플레이스타일이 다른 두 선수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사실 어렵다. 아무래도 공격수에 가까운 차범근이 공격포인트로 대표되는 개인 기록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미드필더인 박지성은 팀공헌도나 팀성적에서 앞선다.

차범근은 한국축구 사상 가장 '세계적인 공격수'로 평가받는다. 유럽 생활 내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만 활약하며 308경기에 출전 무려 98골을 넣으며 99년 사퓌자(스위스)에 경신되기전까지 분데스리가 외국인 선수 최다득점 기록을 수립했다.

차범근은 중앙 공격수와 측면 날개, 윙포워드를 넘나들었고, 선수생활 후반부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활약했을만큼 최전방에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었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폭발적인 주력을 바탕으로 돌파력이 일품이었으며 거칠기도 소문난 분데스리가에서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고 알려진다.

98골중 PK 득점은 단 한골도 없었고, 11시즌 가운데 6시즌이나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꾸준하고도 순도높은 골결정력을 자랑했다. A매치에서도 122경기에 출전하며 무려 55골을 넣었다.

반면 박지성은 '소리없는 영웅'이라는 별명이 있을만큼 스스로 주연이 되기보다는 묵묵히 팀에 공헌하는 이타적인 이미지의 선수다. 공격력은 사실 기록상으로는 평범하다. 한시즌에 10골 이상을 넣은 것이 아인트호벤 시절인 2005년 1차례뿐이다. 맨유로 이적하고 나서는 쟁쟁한 선수들에 가려서 공격적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적었다. 차범근이 선수생활 내내 꾸준히 주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면, 박지성은 맨유에서 언제나 우선적으로 기용되는 붙박이 주전은 아니다.

하지만 박지성에게는 기록으로 평가할 수 없는 높은 공헌도와 함께 우승청부사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닌다. 우승 경력에서는 차범근이 박지성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박지성은 일본 교토와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잉글랜드 맨유를 거치며 3개팀에서 모두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컵대회, 클럽월드컵 등을 아울러 총 16번의 우승을 맛봤다.

반면 차범근은 현재 챔피언스리그의 전신격인 UEFA컵 2회, DFB-포칼컵(독일의 FA컵)을 1회 우승했지만 정작 리그 우승경험은 전무하다. 박지성이 유럽에서 활약했던 아인트호벤이나 맨유는 모두 해당 리그 최고의 명문구단이자 만년 우승후보였다면, 차범근이 입단할 당시의 프랑크푸르트나 레버쿠젠은 리그 우승을 노릴만한 강호는 아니었다는 전력상의 차이가 있다.

박지성은 공격력 자체는 화려하지 않지만 '큰 경기에 강한 승부사'의 이미지가 있다. 박지성은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머이리그 등에서 AC밀란, 아스날, 첼시 등 유럽 정상권 강호들과의 경기에서 유독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또한 차범근이 골로 존재가치를 드러내는 전형적인 공격수라면, '전천후 플레이어'인 박지성의 공헌도는 득점이나 도움이 아니더라도 활발한 수비가담과 팀플레이 등 '볼을 가지지않는 상황에서의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팀의 전술적 유연성을 높여준다는데 있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매일 경기에 나서는 선수는 아니지만, 중요한 경기마다 박지성이 중용될 수 있는 이유다. 16번의 우승동안 박지성이 무임승차한 경우는 단 한번도 없다.

또한 박지성이 우승 외에 차범근에 앞서는 부분이 바로 월드컵 경력이다. 박지성은 대한민국 월드컵사를 바꾸는데 중심에 있었던 선수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2006년 독일월드컵 원정 첫승, 2010 남아공월드컵 원정 16강 등에서 박지성은 팀의 중심선수로 항상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월드컵 3회 본선에서 연속골을 넣은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A매치 100경기에서 나서서 총 13골을 넣은 박지성은 그중 6골이 유럽팀을 상대로 기록한 골이었고 본선에서 기록한 3골은 모두 한국의 승점과 직결되는 값진 골이었다.

차범근은 태극마크에 관한 시대적으로 불운했다. 현역시절 거의 막바지이던 86년 멕시코월드컵에 한 차례 나섰으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고 팀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맛봐야 했다. 차범근의 시절만 해도 한국축구가 국제무대에서 세계의 강호와 맞붙을 기회가 흔치 않았고, 차범근의 A매치 출전과 득점은 대부분 아시아팀들을 상대로 기록한 것이었다. 그러나 차범근은 라이언 긱스(맨윺/웨일즈)처럼 독일의 귀화 제의를 거절하고 월드컵의 유혹 대신 한국의 태극마크를 지키는 길을 선택했다.

다른 시대를 산 두 영웅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철저한 자기관리를 바탕으로 다른데 한눈팔지 않고 오직 축구 그 자체에만 매진한 모범생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의 활약이 한국축구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를 높인 것은 물론, 유럽축구에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후배 선수들이 더큰 무대로 뻗어나갈수 있는 동기부여와 가교 역할을 해냈다는 의미가 있다. 

글: 넷포터 이 준 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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