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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중앙고 김석모 감독이 본 애제자 홍정호-홍준호의 묘한 평행이론…"고교 진학 후 센터백 전향이 지금의 위치를 이끌었다"
기사입력 2016-05-24 오후 9:31:00 | 최종수정 2016-05-26 오후 9:31:31

▲외도초 축구부를 이끌 당시 홍정호(아우스크부르스)와 홍준호(광주FC)에게 축구와 인연을 맺게해준 제주중앙고 축구부 김석모 감독의 모습 ⓒ K스포츠치비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한국축구 대표 센터백 홍정호(아우구스부르크)와 올 시즌 K리그 대표 '신데렐라'인 홍준호(광주FC)는 서로 묘한 평행이론을 형성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나란히 초-중학교 동문(외도초-제주중앙중)에 고교 진학 후 센터백 전향을 통해 '폭풍 성장'을 그려나간 것은 물론, 학창시절 쌓아올린 커리어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외도초(제주) 감독 시절 이들을 지도한 김석모 감독(現 제주중앙고 감독)은 마냥 '철부지' 꼬마로 보였던 이들이 건장한 성년으로 자란 모습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마치 물가에 자식을 내놓은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 등으로 가치를 높인다는 자체에 큰 희열을 느끼는 모습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3일 A대표팀 스페인(6월 1일), 체코(6월 4일) 원정 평가전 명단 20명과 U-23 대표팀 4개국 친선대회(6월 2일~6일) 명단 23명을 차례로 발표했다. 올 시즌 소속팀에서 꾸준한 활약상을 보여온 홍정호와 홍준호는 나란히 A대표팀(홍정호), U-23 대표팀(홍준호) 엔트리 한 자리를 확보하며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했다. 홍정호는 A대표팀 뿐만 아니라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와일드카드 0순위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고, 홍준호는 U-23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아직은 경험과 노련미 등에서는 홍정호가 홍준호보다 우위를 자랑하고 있지만, 홍준호의 잠재력과 가능성 등도 홍정호의 20대 초-중반에 버금간다는 평가라 향후 활약 여부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증폭되는 형국이다.

외도초-제주중앙중 동문이라는 공통점 이외에도 이들이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제법 유사하다. 나란히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운동 신경을 자랑했던 홍정호와 홍준호는 외도초 5학년 때 축구에 입문해 당시 김 감독의 두터운 신뢰 속에 기본기와 테크닉 등을 착실하게 연마하며 기존 자원들을 금세 따라잡는 수완을 발휘했다. 김 감독도 좋은 체격 조건에 스피드와 테크닉 등을 갖춘 홍정호와 홍준호를 보고 홀딱 반할 정도였다. 대개 체격 조건에 의지하는 선수들에 비해 홍정호와 홍준호는 기본 요소들을 재빨리 흡수하면서 체격 조건의 우위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순도높은 결정력과 빠른 스피드 등을 바탕으로 팀의 스트라이커로서 맹활약한 홍정호와 홍준호는 2001년 부산 소년체전(홍정호)과 2005년 충북 소년체전(홍준호)에 남초부 제주선발에도 발탁되는 등 자신들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제주선발은 당시 홍정호가 활약했던 시기에는 메달권 진입에 실패하는 쓴맛을 봤지만, 4년 후 홍준호를 비롯, 김선우(제주 유나이티드. 당시 제주서초), 심광욱, 김상욱(이상 광주FC. 당시 제주중앙초) 등을 축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작은 고추'의 진면목을 뽐냈다. 2005년 은메달은 안진범(FC안양. 당시 제주동초)이 활약하던 2004년 전북 소년체전 우승 이후 2년 연속 메달이라 가치가 더욱 치솟는다.

"(홍)정호는 원래 외도초에 다니면서 지역 출신이라 유심히 눈여겨봤다. 좋은 체격 조건에 몸이 부드럽고 스피드까지 겸비해서 축구부로 데려오게 됐다. (홍)준호는 외도동에서 다소 떨어진 애월읍 출신이다. 동네에서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니 몸놀림이 좋고, 스피드도 겸비한 것을 확인했다. 준호 부모님을 찾아뵈면서 운동을 시켰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얘기했었다. 마침 부모님들도 선뜻 동의를 해주시면서 축구부로 데려오게 됐다. 정호와 준호 모두 초등학교 시절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성품 자체도 반듯했다. 그와 함께 부모님들께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셔서 가르치는데 큰 애로점이 없던 선수들이었다." -제주중앙고 김석모 감독

이후 제주중앙중에 진학해 중학교 시절에도 팀의 스트라이커로서 발군의 역량을 선보이던 홍정호와 홍준호는 고교 진학 후 센터백 전향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된다. 센터백 전향의 계기도 흥미롭다. 중학교 시절부터 빈혈 증세를 보였던 홍정호와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안고 있었던 홍준호 모두 고교 진학(홍정호-제주중앙고, 홍준호-오현고) 후 신체 조건이 급상승하며 바디 밸런스가 성공적으로 잡혔다. 1년 사이에 키가 무려 15cm 가까이 자라면서 병세도 말끔히 사라졌을 정도다. 당시 이들의 소속팀 코칭스태프 모두 홍정호와 홍준호의 기능을 보고 스트라이커보다 센터백 포지션이 어울릴 것 같다는 판단 하에 수비 위치선정과 커버플레이 등을 집중적으로 조련했다.

▲김석모 감독의 애제자들이자 외도초-제주중앙중 선후배 사이인 홍정호(좌측. 아우스크부르크)와 홍준호(우측. 광주FC)가 최근 발표한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삼다도 제주축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 사진 구단홈페이지   

결과적으로 홍정호와 홍준호에게 센터백 전향은 '신의 한 수'에 가까웠다. 나란히 188cm(홍정호), 192cm(홍준호)의 좋은 신장에 제공권과 수비 리딩 등은 물론, 스트라이커 못지 않은 골 결정력과 스피드까지 장착하며 탄탄대로를 거듭했다. 고교 2학년때부터 팀의 붙박이 센터백 자리를 꿰찬 홍정호와 홍준호는 2006년 경북 전국체전(홍정호)과 2010년 경남 전국체전(홍준호)에 유일하게 2학년 신분으로 출전하는 등 웬만한 3학년들보다 나은 기량을 뽐냈다. 홍준호는 2010년 협회장배 대회에서 팀의 준우승 달성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홍정호 또한 2007년 김해 청룡기 대회에서 팀의 8강 진출을 인도하는 등 팀내 대체 불가 존재로도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고교 3학년 때는 나란히 팀의 '캡틴'으로서 남다른 통솔력과 리더십 등까지 가미하며 많은 대학팀들의 레이더망에도 오르내렸다.

여러 팀들의 러브콜을 뒤로 하고 호남 축구의 대표 주자인 조선대(홍정호)와 전주대(홍준호)를 차후 행선지로 택한 부분도 흥미롭다. 학교 이름값보다 당장 많은 출전 시간을 활약할 수 있는 팀을 원했던 것이었다. 이는 오히려 홍정호와 홍준호의 업그레이드를 덧칠해줬다. 고교 3학년 때 처음으로 U-18 대표팀에 발탁된 홍정호는 이후 2009년 이집트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과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등에서 '절친'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며 '홍명보의 황태자'로서 맹위를 떨쳤고, 2010년 고향팀 제주에 입단해 데뷔 첫 해 K리그 준우승과 함께 K리그 베스트11에도 선정되는 등 풍족한 커리어를 쌓았다. 홍준호 또한 2012년 U-19 대표팀 SBS컵 국제대회에 출전한데 이어 2014년 대학선발 BTV-CUP 대회에서는 최규백(전북 현대), 이지민(전남 드래곤즈), 조주영(광주FC) 등과 함께 팀의 정상을 이끌며 만만치 않은 기량을 뽐냈다.

'정글의 세계'에서 뼈를 깎는 노력과 열정 등으로 생존을 거듭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요소다. 2013년 9월 고향팀 제주를 떠나 아우구스부르크에 새 보금자리를 튼 홍정호는 유럽 진출 초창기 때 빠른 템포와 거친 몸싸움 등을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벌크업을 통해 파워를 늘리면서 꾸준한 연구와 노력 등을 통해 유럽 특유의 빠른 템포에 대한 면역력도 키웠다. 안정된 발기술에 스피드와 제공권 등의 강점을 유감없이 뽐내며 머나먼 독일 땅에서 '코리안 드림'을 성공적으로 써내리고 있다. 홍준호의 경우 더 극적이다. 올 시즌 광주에 입단한 홍준호는 웰링톤과 김진환, 박동진 등 쟁쟁한 실력파들이 버티고 있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지만, 빼어난 제공권과 안정된 수비 리딩, 빌드업 전개 등으로 데뷔 첫 해부터 '남기일의 남자'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 4월 17일 전남 원정경기에서는 K리그 데뷔골을 터뜨리는 등 주가가 연일 폭등하는 모양새다.

"정호는 장신임에도 몸이 부드러웠고, 준호도 스피드와 몸놀림 등이 좋았었다. 다만, 정호와 준호 모두 중학교 시절까지 몸이 다소 약했는데 고교 진학 후 키가 확 커버리면서 신체 밸런스가 성공적으로 잡혔다. 스트라이커보다 센터백 자리가 더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봤는데 정호와 준호 모두 제공권과 스피드 등에서 강점이 있었다. 대개 장신 선수들이 빌드업 능력이 다소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정호와 준호는 발기술도 좋아 빌드업에도 능하다. 정호와 준호에게는 센터백 자리가 딱 맞는 옷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리더십과 통솔력 등이 남달랐다. 워낙 성실하고 착실한 선수들이라 축구로 꼭 성공하려는 마음가짐도 확고했다. 이러한 부분이 잘 갖춰졌기에 지금까지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본다." -제주중앙고 김석모 감독

온갖 부침을 딛고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대한 목표 의식도 홍정호와 홍준호를 춤추게 한다. 마침 홍정호와 홍준호는 2회 연속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대표팀의 고질적인 약점인 수비 불안을 치유해줄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다. 2012런던올림픽 직전 십자인대 파열로 동료들의 동메달을 씁쓸하게 지켜봤던 홍정호는 최근 해외파 선수들을 체크하기 위해 독일로 출장을 다녀온 신태용 감독과의 면담에서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고, 지난해 아버지 홍정배 씨가 폐암으로 별세하며 내면의 성숙을 가져온 홍준호도 소속팀에서의 활약상을 토대로 U-23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만큼 모든 역량을 다 쏟아낼 기세다. 이미 군면제 판정을 받은 홍정호와 달리 홍준호는 최종엔트리 승선 시 메달을 이루게 되면 병역혜택이라는 당근까지 누릴 수 있어 결코 놓칠 수 없다.

"정호와 준호가 나란히 대표팀에 뽑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 마냥 철 없던 꼬마로만 보였던 제자들이 훌륭하게 자라준 모습을 볼 때 나름대로 남다른 희열을 느낀다. 정호는 2012런던올림픽 때 십자인대 파열, 준호는 아버님이 이른 나이에 돌아가신 부분이 지금 돌이켜보면 큰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이제 정호는 경기력과 경험 등 모든 면에서 완숙미에 접어드는 것 같고, 준호는 막 입사한 신입사원임에도 프로 무대에 잘 적응해주는 모습이다. 모든 운동선수들의 큰 적인 부상을 잘 예방해서 현역생활을 지속했으면 좋겠고, 소속팀과 대표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이러한 부분이 사춘기 선수들에게도 큰 학습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정호와 준호에게 상당히 고맙다." -제주중앙고 김석모 감독


[K스포츠티비ㅣ허 지 훈 기자] hjh46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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